제3장 마음의 장
오백 빅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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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서 제따와나 수도원에 계시던 어느 때, 오백 빅쿠들과 관련하여 게송을 설법하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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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 오백 명의 빅쿠들이
부처님으로부터 좌선 수행에 관한 설법을 듣고 수행 주제를 받아 적합한 장소를 찾다가 넓고 깊은 숲에 도착했다. 이
숲에는 신들이 나무에 머물러 살고 있었는데, 빅쿠들이 이 숲을 수행 장소로 정하자 나무에 있던 신들은
불만이 많았다. 왜냐하면 빅쿠들이 자기들 아래에 있는 것은 옳지 않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자기들도 땅에
내려와서 살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신들은 이 빅쿠들이 머지않아 곧 떠나려니 생각하며 마음을 달랬다.
그러나 빅쿠들은 숲을 떠나지 않고 계속 그곳에 머물렀고, 그렇게 보름이 지났다. 그러자 신들은 빅쿠들이 여름 안거를 이곳에서
보내려는 것은 아닌가하는 걱정이 되었다. 만일 그런 생각이라면 그들은 별 수 없이 우기 동안 흙바닥에서
지내야만 했으므로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었다. 신들은 더 이상 참지 못해 빅쿠들을 이곳에서 쫓아내리라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그들은 밤마다 흉측한 모습으로 나타나 빅쿠들을 놀라게 했다. 예를 들면 머리는 있으나 몸은 없다든지, 몸은 있어도 머리는 없는
모습 따위로 나타났던 것이다. 그들은 이상한 소리를 질러 대어 주위를 매우 으스스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빅쿠들은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곧 수행력으로써 이를 극복하기로
했다. 그들은 현상 관찰의 힘으로 귀신들에 대한 불안, 공포, 놀람 따위를 이겨 보려 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실패하게 되어 결국
부처님을 찾아뵙고 이 같은 어려움을 사뢰었다. 부처님께서는 빅쿠들이 겪은 일을 자세하게 들으시더니, 그것은 빅쿠들이 알맞은 무기를 갖지 못했기 때문이며, 알맞은 무기를
가지고 가면 괜찮으리라고 말씀하시었다. 그 무기란 자비의 마음으로써,
자비는 모든 어려움을 이기는 힘이 된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부처님께서는 빅쿠들을 위하여
자비 삼매경을 설법해 주시었다.
그 경의 첫 부분은 다음과 같았다.
착한 일을 능숙하게 실천하고
진정한 평화에 이르고자 한다면
누구든지 이 경을 수지(受持) 독송하라.
모름지기 수행인은 매사에 올바르고 정직하며
부드럽고 사납지 않고 겸손하여야 하나니.
빅쿠들은 부처님으로부터 자비 삼매경을 배워 숲 어귀에 들어서면서부터
경을 외기 시작했다. 그러자 경을 들은 신들은 빅쿠들에게 더이상 적대감을 갖지 않게 되었고, 빅쿠들을 환영해 주었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는 숲 속에서 신들의
장난이 사라졌다. 그래서 빅쿠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서른두 가지 몸의 각 부분에 진행되는 과정을 분석
관찰하는 수행에 전념하여 마침내 진리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사왓티의 제따와나 수도원에 계시면서 빅쿠들의 수행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살펴보시고, 그들에게 광명을 보내시어 마치 부처님께서 그들 앞에 계신 듯이 모습을
나투시어 이렇게 말씀하시었다.
"빅쿠들이여, 너희들이 깨달은
육체의 허망함은 진실이니라. 육신이란 진실로 질그릇처럼 부서지기 쉽고 영원하지 않은 것이니 족히 집착
할 것이 못 되느니라."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 게송을 읊으시었다.
육신의 허무함이 마치 질그릇 같음을 깨달은 사람은
마음을 잘 다스려 튼튼한 성곽처럼 만든다.
그는 이렇게 마라를 정복하고 마음을 잘 보호하여
더 이상 그 무엇에도 집착하지 않는다.
이 설법 끝에 오백 명의 빅쿠들은 모두 아라핫따 팔라를 성취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