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꽃의 장
꼬살라 왕자 위두다바의 사끼야 족에 대한 원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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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서 제따와나 수도원에 계시던 어느 때, 꼬살라 국왕 빠세나디의 아들인 위두다바와 관련하여 게송을 설법하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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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16아들을 모두 잃은
말리까 이야기
이즈음 꾸시나라 국에 말리까라는 여인이 살고 있었다. 그녀는 꼬살라 국의 군 최고사령관인 반둘라의 부인이었는데, 결혼
초기에 한동안 아이를 가지지 못해 고민하던 때가 있었다. 아내가 아이를 낳지 못하자 반둘라는 아내를
친정으로 보냈다. 그래서 말리까는 친정으로 가던 길에 먼저 부처님을 뵈었다. 부처님은 그녀에게 어디로 가느냐고 물으시었고, 그녀가 대답했다.
"제 남편이 저를 친정으로 보냈으므로 저는 친정으로 갑니다."
"그건 무슨 까닭에서인가?"
"제가 아기를 낳지 못하는 까닭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었다.
"그렇다면 걱정하지 말고 집으로 되돌아가라."
그래서 말리까 부인은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자 남편은 왜 돌아왔느냐고 물었다. 말리까는 부처님이 그렇게
하라고 하셨다고 대답했는데, 남편은 "먼 미래를
내다보시는 여래께서 하신 말씀이니 반드시 까닭이 있겠지." 하고 그녀가 아이를 낳지 못하는
문제는 더 이상 거론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이후에 말리까는 아이를 열여섯 쌍이나 낳았다. 그래서 자녀가 모두 서른두 명이나 되었는데, 모두들 건강하였을 뿐만
아니라, 재주가 있었고, 무술에도 뛰어났다. 그래서 그녀의 아들에게는 많은 추종자들이 따랐다.
그러던 어느 때 법정에서 상대방의 허위 문서 때문에 재판에 패한 시민
한 사람이 반둘라를 찾아와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의협심이 남달랐던 반둘라는 곧 그를 따라 재판정에 나가서
자신이 직접 재판을 지휘하여 그의 정당함을 증명해 주었다. 그래서 그 사람은 잃어버렸던 재산을 되찾을
수가 있었다. 이때 그 경과를 지켜보던 많은 사람들이 모두 박수로써 반둘라를 칭찬해 주는 바람에 법정은
온통 축제 분위기였다.
이때 빠세나디 왕은 법정 쪽에서 들려오는 소란스런 소리에 무슨 까닭인
지를 알아보게 했다. 왕은 곧 반둘라의 정의로운 판결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크게 감탄하여 반둘라를 곧 판사에 임명하고 다른 판사들을 해고시켜 버렸다.
이렇게 되자 해고된 판사들은 큰 타격을 입게 되어, 반둘라를 모해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왕족들에게 반둘라가 왕권을 탐내는
사람이라고 모함했다. 그래서 반둘라에게 불리한 소문이 빠세나디 왕에게도 전해졌다. 왕은 불같이 노하여 반둘라를 처단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를
처형하면 그를 신망하는 국민들로부터 비난을 받을 것을 두려워하여 계략을 꾸몄다. 왕은 국경 근처에 반란이
일어난 것처럼 가짜 반란군을 조작한 뒤에, 반둘라로 하여금 그를 진압하라고 명령한 다음 그가 돌아오는
길에 그를 처단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하여 곧 조작된 반란군을 진압하기 위하여 반둘라는 국경으로 향향했다. 그러나 그가 도착하자마자 조작된 반란군은 흩어져 버렸다. 그래서
반둘라는 싸울 필요도 없이 군대를 돌렸다. 이때 왕이 보낸 용맹한 친위대가 나타나 그의 아들 서른두
명과 함께 그를 참살해 버렸다.
바로 이날 반둘라의 아내 말리까는 부처님의 으뜸가는 두 제자인 사리뿟따
마하테라와 마하목갈라나 마하테라, 그리고 다른 오백 명의 빅쿠들을 자기 집에 초청하여 공양을 올리고
있었다. 이때 심부름꾼이 도착하여 그녀에게 편지 하나를 전했다. 그
편지에는 "부인의 남편과 아들 서른두 명의 목이 모두 잘리는 참변이 지금 막 성 밖에서 일어났습니다." 라고 적혀 있었다.
그녀는 그 편지를 읽더니 그것을 접어 말없이 옷안에 넣었다. 그리고는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이 빅쿠들에게 공양 올리던 일을 계속했다. 그런
뒤 말리까 부인의 심부름하는 시녀가 기름 항아리를 옮기다가 사리뿟따 테라앞에서 항아리를 떨어뜨려 깨뜨리고 말았다.
사리뿟따 테라는 침착하게 말했다.
"재가 신자여, 항아리란 본래부터
깨어지는 것으로 만들어진 것인 만큼 신경 쓰지 마시오."
그러자 말리까 부인은 품 안에서 편지를 꺼내어 테라에게 보이면서 "저는 방금 이 편지를 받았습니다. 이 편지에는 제 남편과
아들 서른두 명이 모두 머리를 잘리는 참변을 당했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별로 그 일에
마음이 상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거늘 하물며 단지 하나가 깨진 것에 무슨 신경을 쓰겠습니까?"
사람들은 말리까 부인의 태도에 경탄을 금치 못했다. 사리뿟따 테라도 공양이 끝나자 인간의 생명이 얼마나 허무하며, 또
사람은 이 세상에서 언제, 어떻게 떠날지 아무런 표시도 없고 그때도 알 수 없다는 내용의 설법을 함으로써
말리까 부인을 위로했다. 말리까는 빅쿠들이 돌아가고 난 다음에 서른두 명의 며느리들을 불러들여 이렇게
말했다.
"너희 남편들에게 아무 죄가 없다는 것을 나는 믿는다. 그러나 그들이 과거 전생에 심은 불선업이 오늘날 이런 결과를 불렀을 것이다.
너희들도 너무 슬퍼하지 말고, 비탄에 빠지지도 말라 너희는 너희 남편들을 살해한 국왕에게
대해 결코 원한심은 갖지 말아야 한다."
이때 마침 국왕 빠세나디는 첩자를 보내어 반둘라의 집을 감시하고 있었는데, 첩자는 말리까 부인이 며느리들에게 한 말을 왕에게 보고했다.
국왕은 그 이야기를 듣고 양심의 가책을 받아 감정이 복받쳐 올랐고, 더 이상 왕실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그는 당장에 말리까 부인과
그 며느리들을 찾아갔다. 그러고는 부인과 며느리에게 백배 용서를 빌고,
어떠한 보상이라도 하겠노라고 맹세했다. 그러자 말리까 부인은 왕의 사죄를 받아들였다.
왕을 보낸 뒤 말리까 부인은 남편과 아들들의 장례식을 치렀다. 그리고 나서 빅쿠들에게 공양을 올린 다음 왕을 찾아가 이렇게 부탁했다.
"대왕께서는 저희들에게 보상을 약속하신바 있습니다만, 저희는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습니다. 다만 저와 서른두 명의 며느리들은
제 친정 나라로 가고 싶을 뿐입니다."
왕은 이를 허락했고, 그녀들은
꾸시나라 국으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