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장 브라흐마나의 장
게송 416
조띠까와 자틸라 이야기
금생 이야기
어머니의 태중에 있던 전생의 아빠라지따가 이 세상에 태어날 때 라자가하의 도시에 있는 모든 쇠붙이, 특히 금은보석들이 일시에 빛을 발산했다. 그래서 시는 번쩍이는 빛으로 가득했다. 그러자 그날 왕실에 들어간 재정관에게 왕이 물었다.
“재정관이여, 오늘 이른 새벽에 모든 군사들의 무기가 번쩍번쩍 광채를 냈고, 도시 전체가 마치 화재라도 난 듯이 번쩍였는데, 그 까닭을 그대는 알고 있소?”
“예, 대왕이시여, 저는 그 까닭을 알고 있습니다.”
“그 까닭이 무엇이오?”
“그때 제 아들이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그 아이가 지은 전생의 큰 공덕 때문인가 합니다.”
“그렇다면 그 아이가 자라 큰 강도라도 되는 것이 아닐까?”
“아닙니다. 그 애는 매번 태어날 때마다 큰 서원을 세웠고, 태어날 때마다 엄청난 공덕을 짓곤 했습니다.”
“그렇다면 그 아이를 아주 잘 길러야 할 거요. 그 아이에게 좋은 젖을 주도록 하시오.”
왕은 재정관에게 아이의 우유 값으로 많은 돈을 주었다. 며칠이 지나 아이의 명명일이 되자 부모는 그에게 조띠까(광명)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아이가 태어날 때 광명이 번쩍였다고 해서 그런 이름을 붙인 것이다.
조띠까는 성장하여 결혼할 나이가 되었다. 그래서 그의 신혼살림을 위한 집을 지으려고 인부들이 터를 닦고 있었다. 이때 삭까 천왕은 자기의 의자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고 그 까닭을 알아보았다. 그 결과 조띠까의 집터가 다듬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천왕은 조띠까는 저 사람들이 다듬고 있는 저런 누추한 집에서 살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였다. 그는 곧 목수로 변신하여 지상으로 내려갔다. 그는 조띠까의 집터가 닦여지고 있는 곳에 가서 인부들에게 물었다.
“당신들은 지금 무얼 하고 있는 거요?”
“우리는 조띠까 도련님이 살 집터를 다듬고 있소이다.”
“저리 비키시오. 그분은 그런 집에서 살 분이 아니오.”
삭까 천왕은 곧 십 리가 넘는 큰 땅을 바라보았는데, 순간 그 땅은 잘 다듬어져 집 지을 땅으로 손색이 없게 되었다. 그는 그 대지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 위에 일곱 가지 보석으로 장식된 칠 층 높이의 장엄한 저택이 세워지거라.’
그러자 순식간에 대저택이 솟아올랐다. 그러자 그는 다시 생각했다.
‘이 대저택에 일곱 겹의 성벽이 둘러쳐지거라.’
그러자 역시 성벽이 둘러쳐졌는데, 삭까 천왕은 그 주위에 아름다운 나무를 심고, 저택 안에다 네 개의 큰 항아리를 두어 그 속에 각종 보석과 금은보배를 채웠다. 또, 조띠까의 집 네 귀퉁이에는 야자나무, 몸 둘레만한 황금 기둥, 사탕수수 모양의 기둥들을 세웠고, 수숫대의 잎사귀는 각종 보석으로 꾸몄다. 전해 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이 사탕수숫대는 그가 전생에 쌓은 공덕을 상징한다고 하였다. 저택의 일곱 대문은 일곱 명의 약카(천상의 거인)가 지켰다. 그 약카들은 각각 일천 명에서 칠천 명의 부하들을 거느리고 문을 지켰다.
이 소식은 빔비사라 왕에게까지 전해졌다. 빔비사라 왕은 조띠까를 불러 재정관에 임명했고, 그 이후로 그는 재정관 조띠까로 알려졌다.
조띠까와 함께 그가 전생에 위대한 공덕을 쌓은 데 노력했던 여인은 그때 웃따라꾸루라는 곳에 태어나 있었다. 그녀는 천상의 힘에 의해 조띠까의 저택 안의 한 전각에 와서 살게 되었다. 그녀는 거기에 올 때 작은 쌀통과 수정 화경(불을 지피는 도구로, 원돌 같은 용도로 쓰임)을 가지고 왔는데, 이상하게도 그녀가 가져온 쌀통에서 저절로 나오는 쌀만 가지고도 전 저택 사람들이 먹고도 남는 것이었다. 이 쌀통에서 나오는 쌀은 수백 수레분을 퍼내고도 많이 남았다. 그리고 그들이 밥을 지을 때에도 언제든지 쌀을 솥에 넣고 수정 화경을 올려 놓기만 하면 곧 불이 지펴지면서 밥이 알맞게 지어지는 것이었다. 그것은 반찬을 만들 때도 그랬다. 또 수정 화경은 밤새 저택 안을 환히 밝혔고, 연기를 내지 않으면서 음식을 잘 익혔다.
조띠까 재정관의 이 같은 특별한 생활은 나라 안에 널리 알렸졌다. 그러자 지방으로부터 많은 사람들이 조띠까 재정관의 집을 구경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그러자 조띠까는 쌀통에서 쌀을 퍼내어 수정 화경으로 밥을 지어서 그들을 대접하곤 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누구든지 옷이나 보석들은 원하는 만큼 가져가시오.”
그는 또 보석 항아리 하나를 열어서 가난한 사람들을 도왔다. 그런데도 그의 항아리는 다시 채워졌으며, 마를 줄을 몰랐다. 이것은 조띠까가 과거전생에 위빠싸 부처님을 위해 간다꾸띠를 지어 올린 복력 때문이었다고 한다. 각 지방에서 몰려드는 사람은 끝이 없었다. 심지어는 빔비사라 왕이 조띠까의 집을 구경하려고 해도 사람들 때문에 가지 못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마침내 조띠까의 집도 평온을 되찾는 날이 왔다. 이때에 이르러 빔비사라 왕은 조띠까의 아버지에게 말했다.
“내가 당신 아들의 집을 좀 구경하고 싶소.”
“대왕이시여, 그렇게 하십시오.”
아버지는 아들에게 왕의 뜻을 전했고, 아들은 쾌히 응락했다. 그래서 왕은 많은 부하들을 거느리고 조띠까의 대저택을 찾아왔다. 이때 첫째 문을 열어 주는 여종이 매우 아름다웠는데, 도착하는 손님들의 발을 씻어 주기도하고 먼지를 털어 주기도 했다. 그녀는 왕이 도착하자 왕을 도우려고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왕은 그녀가 너무 아름답고 품위가 있는 것을 느끼고 그녀가 조띠까의 아내인 줄로 착각하여 시중 받기를 사양했다. 그런 일은 그 다음 문에서도, 그 다음 문에서도 꼭 같이 반복되었다. 이렇게 일곱 문을 다 지나고 마지막 문을 통과하자 조띠까가 나와서 왕에게 인사하고 말했다.
“자, 대왕이시여, 이리로 오십시오.”
그때 왕의 눈에는 보석으로 뒤덮인 마당이 마치 깊은 골짜기처럼 보였다.
그래서 왕은 이것이 자기를 빠뜨리려는 함정이 아닌가 생각을 하여 쉽사리 발을 옮기지 못했다. 그러자 조띠까가 말했다.
“대왕이시여, 이것은 함정이 아닙니다. 자, 제 뒤를 따라 오십시오.”
왕은 조띠까의 발자국을 뒤따라 저택 안으로 들어가 제일 높은 층에 올라가 전망을 즐겼다. 이때 빔비사라 왕의 아들인 아자따삿뚜 태자가 부왕을 동행하고 있었다. 그는 저택 내부를 구경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아버지도 한심하군. 재정관 조띠까는 일개 시민 신분으로 이런 장엄한 저택에서 살고 있는데, 아버지는 왕이면서도 이보다 못한 집에 살고 있으니. 내가 임금이 되면 조띠까 따위가 이런 호화로운 집에 살지 못하게 뺏어 버리겠다.’
빔비사라 왕 일행이 칠 층 꼭대기에 올라갔을 때는 벌써 점심시간이 되었다. 그래서 왕은 집 주인에게 말했다.
“재정관, 나는 여기서 점심을 먹었으면 하오.”
“염려 마십시오. 제가 준비해 두었습니다.”
왕은 조띠까가 제공하는 열여섯 가지 향수탕에서 목욕을 하고 나서 재정관의 특실에 있는 화려한 의자에 앉았다. 이때 심부름하는 사람들이 왕에게 손 씻을 물을 보석 대야에 담아 내왔고, 곧 김이 무럭무럭 나는 쌀죽이 황금그릇에 담겨 나왔다. 왕은 그것을 먹으려 했다. 그러자 집주인이 말했다.
“대왕이시여, 그것을 잡숫지 마십시오. 그것은 음식이 아니라 향기를 내는 쌀죽입니다.”
그리고 나서 하인이 황금접시에 음식을 내왔는데, 왕은 너무나 맛있는 음식을 얼마만큼 먹고 그만두어야 할지 알지 못했다. 왕이 하도 계속 먹어대자 조띠까 재정관이 말했다.
“대왕이시여, 이제 그만 드십시오. 그 정도면 되겠습니다. 더 잡수시면 소화불량에 걸릴 것 같습니다.”
“집 주인이여, 내가 이것을 먹는 게 그리 아까운가?”
“아닙니다. 그것이 아까웠다면 대왕을 수행한 모든 사람들에게 제가 어찌 그 음식을 대접했겠습니까? 다만 대왕께서 그것을 너무 많이 드시고 탈이라도 나면 사람들은 내가 음식에 나쁜 것을 넣어서 탈이 난 것이라고들 할까 봐 걱정이 됩니다.”
“알았소. 내 그만 먹으리다.”
왕은 식사를 마치고 재정관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다가 이렇게 물었다.
“재정관, 당신 부인은 왜 문 밖에서 사오?”
“무슨 말씀이신지요? 제 아내는 저택의 맨 안쪽 전각에 있는데요.”
조띠까는 왕이 자기 아내를 보고 싶어 한다고 생각하여 아내에게 갔다.
“여보, 왕이 오셨소. 그분은 귀한 손님이신데, 당신이 찾아뵙는 것이 도리 인 것 같소.”
그러자 그의 아내는 자리에 누운 채 일어나지도 않고 이렇게 말했다.
“여보, 왕이라니 그가 누구예요?”
“누구긴 누구요? 그는 이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이요.”
그의 아내가 말했다.
“누구를 다스려요? 그렇다면 우리도 다스린단 말인가요? 만약 누군가가 우리를 다스린다면 그것은 우리가 과거 전생에 공덕을 지을 때 뭔가 잘못된 게 있다는 소리예요. 혹시 당신은 전생에 공양을 올리면서 신심 없이 한 게 아니에요? 도대체 내가 왕에게 무얼 해야 한다는 말이에요?”
“이 종려나무 부채를 가지고 가서 왕에게 부채질을 해드리시오.”
그래서 조띠까의 아내는 할 수 없이 불려나와 왕에게 부채질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부채질을 하던 조띠까의 아내는 왕의 관복에서 나오는 향냄새 때문에 눈이 아파서 눈물을 흘렸다. 그러자 왕이 그것을 보고 말했다.
“재정관이여, 여자들은 지혜가 적소. 당신의 아내는 혹 내가 당신의 재산을 몰수하기라도 할까 봐 저렇게 눈물을 흘리는구려.”
왕은 자기는 재정관의 재산에 욕심이 없으니 걱정 말라고 말해 주었다. 그러자 조띠까가 대답했다.
“대왕이시여, 제 아내는 그런 생각 때문에 울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대왕의 관복에서 나는 향내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것입니다. 그동안 제 아내는 등불이라든가, 밥 짓는 불같은 것을 보지 않고 살아 왔습니다. 아내는 아주 편하게 먹고 쉬면서 빛이라고는 다만 보석이 내뿜는 광명만을 보았을 뿐입니다. 대왕께서는 등불을 쓰시겠지요. 이제부터는 제가 드리는 이 광명의 불로 생활하도록 하십시오.”
조띠까는 왕에게 찬란한 빛을 내뿜는 머리만큼 큰 보석 하나를 주었다.
그러자 왕은
“조띠까는 실로 엄청난 부자로다!”
하고 집을 떠났다.
큰 수레를 함께 타고-범능스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