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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교에 관한 사소하지만 결정적인 물음 4
법광(法光) 2019-12-20 23:28:28, 조회 : 1,285, 추천 : 0



04 절에서는 왜 새벽 3시에 기상하나?


템플스테이가 한국인의 대표적인 여가문화로 자리한 지 오래다. 고요한 산사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스님들의 담백한 삶을 체험하는 일은 세속에 찌든 마음을 닦아주고 달래준다. 다만 먹을거리 푸짐하고 놀이거리 풍족한 도시 생활에 익숙한 일반인이 사찰의 단조롭고도 엄격한 일과를 따라잡기란 녹록치 않다. 아마도 곤욕의 백미는 새벽 3시에 일어나 예불에 참석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실제로 당차게 출가했다가 얼마 못 가 중도하차하는 행자들의 주된 불만은 지나친 조기기상의 어려움이라는 전언이다. 위계질서가 매섭고 일이 고된 것은 그런 대로 참겠는데, 새벽 3시에는 도저히 못 일어나겠다는 지청구다.


사찰의 하루는 새벽 3시부터다. 가장 아랫사람인 행자들이 가장 먼저 일어난다. 다들 곯아떨어져 있을 시간에 눈을 부비며 부산하게 움직인다. 경내를 돌며 목탁 소리로 대중을 깨우는 도량석을 끝낸 뒤 법당으로 들어가 예불을 올린다. 부처님에 대한 문안인사를 마치고 나면 곧바로 공양 준비에 들어간다. 아침을 먹고 나면 늦어도 오전 7시 안짝이다. 이때부터 선방에서는 참선을 하고 강원에서는 경전을 공부한다. 대부분의 직장인이 아직 침대에서 뭉그적거릴 시간이다. 이제 막 산문에 들어선 이들이 질겁하는 이유를 알 법도 하다.

불교를 만든 부처님은 어땠을까. 일찍 일어나긴 했지만 새벽 3시에 일어나지는 않았다. 아함경을 비롯한 초기불교 경전에 따르면 동틀 무렵에 기상해 명상과 산책을 한 뒤 탁발을 나가면서 아침을 보냈다. 당신의 활동 무대였던 인도의 위도상 위치를 감안하면 동틀무렵이란 오전 5시쯤일 것이다. 아울러 율장에도 꼭두새벽에 일어나야 한다는 조목은 보이지 않는다. 사정이 이러하니 역사적 근거도 없는 데다 생체 리듬에 어긋나는 불합리한 관습이라며, 사찰의 기상 시간을 공식적으로 늦춰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ㅣ 제기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와 함께 동아시아 문화권을 형성하는 중국의 역볍은 밤 11시~1시를 자시, 새벽 1시~3시를 축시, 3시~5시를 인시로 친다. 또하나 주역은 하늘은 자시에 열리고 땅은 축시에 열리고 사람은 인시에 생긴다고 했다. 곧 모든 만물이 깨어나고 우주의 기운이 가장 맑은 시간대가 인시라는 주장이다. 이른 새벽에 기상하는 한국불교의 전통은 일단 여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도교의 인시수련에서도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최선을 다해 오래오래 잘 살자는 양생술 개발에 열중한 도사들은 인시에 일어나 묘시에 변을 보고, 진시에 밥을 먹고, 사시에 일을 시작하면 건강에 좋다며 이를 실천하고 권장했다고 전한다.

구법승의 대명사인 현장스님은 대당서역기에서 인도에서 1시의 길이는 중국과 같이 지금의 2시간이 아니라 3시간이라고 기록했다. 그렇게 따지면 부처님은 아침 6시에 일어난 것이 된다. 진실을 알았음에도 천성이 부지런했던 현장은 새벽 3시에 일어나는 자기만의 규칙을 고수했다. 중앙승가대 교수 자현 스님이 쓴 『스님의 비밀』에 나오는 내용이다. 여하튼 동양철학적 관점에서 인간의 정신이 깨어나는 시간이 새벽 3시인 것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어쩌면 농경사회의 흔적이다. 사찰에서는 대략 저녁 9시에 취침이 든다. 일찍 일어나는 만큼 일찍 자기도 하는 것이다. ‘농자천하지대본’의 시대를 살았던 우리 조상들도 이랬다. 일출과 함께 하루를 시작해 해질녘까지 일하고,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밤에는 잠을 청해야 했다. 결국 스님들의 때 이른 일상은 그 엣날 백성들의 생체시계를 지금도 간직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에서는 새벽 4시부터 6시 사이를 수행에 임해야 하는 선정시로 정하고, 준비 시간을 포함해 3시에 일어나야 했다고 하는데 출처가 불명확하다.

밤 문화와 친숙한 도시인들이다. 새벽 3시까지 잠을 자지 않기는 쉬워도, 그 시간에 일어나기란 엄청난 고역이다. 햇병아리 출가자들의 탄식도 일견 이해가 간다. 반면 아무리 봐도 인내가 빠진 수행은 도통 수행이 아닌 것 같다. “행여 7시에 일어나게 해준다 한들 불평할 사람은 불평하게 마련”이란 게, 30년간 절에서 지낸 어느 스님의 ‘할’이다.





새벽기도 - 정호승詩, 김현성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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