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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교에 관한 사소하지만 결정적인 물음 23
법광(法光) 2020-02-01 06:39:22, 조회 : 1,155, 추천 : 0



23 스님들이 애완동물을 키워도 되나?


언젠가부터 애완견 대신 반려견이란 말이 주로 쓰이고 있다. 단순히 재미로 키우는 개가 아니라 인생을 함께할 친구로서 예우해야 할 개라는 살가움이 담긴 말이다. 이는 우리 사회에 생명존중 사상이 상당히 자리를 잡았다는 지표이기도 하다. 한편으론 주인을 잘 만난 개는 웬만한 사람 팔자보다 낫다는 걸 보여주는 키워드다. 구멍가게에서조차 개 사료를 팔고 개를 시청자로 한 케이블TV까지 생길 정도다.

이와 함께 개에게는 없는 매력을 지닌 고양이를 향한 인기도 상종가를 치고 있다. 심지어 이구아나마저 가정집 안방을 버젓이 휘젓고 다니는 세태다. 인간과 함께하는 동물들의 종과 생김새는 천차만별이지만, 공통적으로 인간에게 상처받은 인간의 마음을 치유하는 일에 기여하고 있다. 혈육이란 명분으로 고통만 주는 사촌보다는, 고통을 줄 자격이 없는 이웃사촌이 한결 나은 법이다.

절에서도 개는 흔하게 볼 수 있다. 스님들과 놀아주면서 소중한 불교 문화재도 지킨다. 동시에 고양이의 개체 수가 늘어나면서, 무리지어 다니는 고양이들은 산사의 또 다른 풍경으로 정착했다. 애완동물의 성황은 승가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혼자 사는 스님이나 노스님들의 든든한 벗으로 자리했다는 것이 어느 비구니 스님의 귀띔이다. 출세간을 막론하고 외로운 사람들은 외롭다.

세간의 보편적인 문화로 자리한 애완동물 양육은 자연스럽고 합법적인 일이다. 국민의 한 사람인 스님에게도 유효하다. 그러나 계율상의 근거로 따지면 원칙적으로 금지된 행위라는 사실을 근자에 새롭게 알게 됐다. 조계종이 발간한 『승가청규僧伽淸規』를 주제로 2015년 9월 진행한 불교신문, 좌담에서 패널들은 “스님들이 애완동물을 키우는 문제도 차후에 어떤 식으로든 정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부처님은 『범망경梵網經』에서 “중생에게 손해를 끼치면 안 된다” 며 “고양이, 살쾡이, 돼지, 개 따위를 기르지 말라” 고 명시했다. 키우면 안 되는 동물을 명확하게 못 박은 점이 눈에 띈다. 이는 48경계輕戒 가운데 하나로 가벼운 죄이지만 어쨌든 죄다. 운문사 승가대학장 일진 스님은 “살쾡이는 물론이거니와 쥐를 잡아먹는 고양이를 당시만 해도 마뜩치 않게 여겼을 것” 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다른 생명을 잡아먹는 짐승뿐 만 아니라 잡아먹기 위한 짐승도 기르지 않음으로써 보살로서의 윤리를 준수하라는 가르침” 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초기불교 율장에는 원숭이에게 먹이를 주다가 부처님으로부터 핀잔을 듣는 비구의 이야기가 나온다. 먹이를 바라고 자꾸만 찾아오는 원숭이들 때문에 절 안이 어지러워졌다. 수행 공동체의 단합 분위기 를 해친다는 점 역시 꼬투리가 잡혔다. 그 비구가 수행자들과는 소통하지 않은 채 원숭이들과만 어울리려 했기 때문이다. 신규탁 연세대 철학과 교수는 “과거에 집에서 기르는 동물들은 오늘날 애완동물의 경우와 같이 정서적 교감의 목적이 아니라 철저히 잡아먹거나 부려먹기 위한 것이었다” 고 말했다. 다만 “지금과는 맥락이 다르지만 여하튼 경전에 명시된 내용이므로 애완동물 양육은 한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 이라고 지적했다.

유기견을 데려다 키우는 일을 계율에 어긋난다고 비판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반면 애지중지하던 반려견을 늙고 병들었다고 내다 버리는 일은 응당 죄악이다. 절 밖에서는 절 안에서든 애완동물 양육의 정당성은 동반자로 보느냐 소모품으로 보느냐에 따라 결정되게 마련이다. “산 것을 죽이는 일, 때리고 자르고 묶는 일, 훔치고 거짓말하는 일, 사기와 속이는 일, 그릇된 것을 배우는 일, 이것이 비린내 나는 일이지 육식이 비린내 나는 일이 아니다. 법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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