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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비스님의 증도가 강의-003
普德華 2020-09-03 15:38:47, 조회 : 1,079, 추천 : 0
부제망상 불구진
不除妄想不求眞이라
망상을 버리지도 않고 진심을 구하지도 않네.

중생의 기본적 습성 중 하나가 취하고[取(취)] 버리는[捨(사)] 것입니다. 유형의 것이건 무형의 것이건 마음에 들면 취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버립니다. 욕정(欲情)에 따라 취하고 버리던 습성은 출세간 길에 들어서도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수행에 도움이 된다 싶으면 집착하고, 수행에 방해된다 싶으면 모조리 버리려고 듭니다.

하지만 진짜 도인은 어떤가? 망상을 제거하지도 않고 진실을 구하지도 않습니다. '진(眞)'은 진리(眞理), 진실(眞實)이란 뜻으로 망상(妄想)의 반대말입니다. 뒤쪽의 '망상'과 상대되는 단어인 진상(眞想), 진심(眞心)으로 해석해도 괜찮습니다. 망령된 생각을 제거하지도 않고 참다운 마음을 구하지도 않는다는 것입니다.

도인에게는 망상과 진심이 따로 있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망상인 것도 도인에게는 이미 망상이 아닙니다. 우리는 불 꺼진 캄캄한 방으로 들어서면 거기에 '어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불이 켜져 환한 방으로 들어서면 거기에 '밝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재하는 어둠과 밝음은 없습니다. 방이 있을 뿐입니다. 방은 인연 따라 어두울 때도 있고, 밝을 때도 있습니다. 어둠과 밝음은 인연 따라 나타났다 사라지는 현상일 뿐,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어둠과 밝음을 문제 삼지 않습니다. 부처님도 도인도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고, 추우면 껴입고, 더우면 벗습니다. 겉보기 일상생활은 똑같았습니다.

무엇이 다른가? 관점이 다릅니다. 우리는 캄캄한 방으로 들어섰을 때, 그 '어둠'에만 주목하고 '방'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 밝은 방으로 들어섰을 때, 그 '밝음'에만 주목하고 '방'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도인은 어떤가? 시야를 확장해 '방'을 확인합니다. 밝음도 어둠도 모두 방안에서 인연 따라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현상이란 것을 아는 것입니다. 그러니 한가한 도인은 겉모양을 갖춰서 되는 것이 아닙니다. 특정한 모습을 점찍어 "이러이러해야 도인이다" 라고 고집한다면 그건 착각입니다.

도인은 평등한 자리, 바탕, 즉 방을 보는 자입니다. 밝음과 어둠이 같은 방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듯이 망상과 진리가 한 바탕임을 보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구분하기에 바쁩니다. 이것은 진리고 저것은 망상이다, 이것은 옳고 저것은 그르다, 이것은 선이고 저것은 악이다, 이리저리 갈팡질팡 경계선을 긋고는 '이것'과 '저것'이 전혀 다른 것이라 주장하고, '이것'을 취하고 '저것'을 버리려고 애쓰고, 뜻대로 되니 안 되니 하면서 온 동네를 시끄럽게 합니다.

정말 '어둠'이 따로 존재하고 정말 '밝음'이 따로 존재한다면, 당장 이 자리에 그 두 가지를 동시에 가져올 수 있어야 합니다. 과연 그럴 수 있습니까? 절대적인 선과 절대적인 악이 어디에 존재한단 말입니까? 그런 분별과 차별이 전부 알량한 자기 잣대이고, 편견의 틀입니다.

그래서 도인은 망상을 제거하지 않습니다. 왜인가? 따로 망상이라 할 만한 것이 본래 존재하질 않기 때문입니다. 또 도인은 진심을 구하지도 않습니다. 어둠에 상대하여 밝음이라 부르듯, 망상에 상대하여 진상이라 한 것일 뿐이지 그것 역시 실체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망상과 진심은 붙여진 '말'에 불과합니다.

이런 도인의 가르침을 배우고 외운다 해서 당장 그것이 우리네 살림살이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하지만 자주 읊조리며 그들의 내면세계를 깊이 사유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닮아가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신청곡 : 고행의 열매(도신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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