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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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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08 12:36:26, 조회 : 974, 추천 :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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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즉신상피루갈
貧則身常被縷褐이요
가난한 면으로는 몸에 항상 누더기를 입었고
앞에서 '몸은 가난하지만 도는 가난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어느 정도로 가난하게 사는가? 몸에 항상 누더기를 걸치고 살아간다고 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꼭 누더기를 입고, 궁색하게 살아야만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또 일부러 누더기를 만들어 입고 가난한 흉내를 내라는 것도 아닙니다. 가난을 감수할 마음자세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어릴 때만 해도 나일론이 나오기 전이라 승복이 전부 광목이었습니다. 그래서 광목으로 지은 옷을 사시사철 입었습니다. 그런데 광목이 참 잘 떨어집니다. 그래서 여기저기 참 많이도 기워 입었습니다. 또 양말도 기워 신었습니다. 튼튼한 전구를 애지중지 가지고 다니다 양말을 기울 때면 사용하고는 하였습니다. 또 노장 스님들을 보면 나무를 발처럼 깎은 목형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그 목형에다 양말을 씌워 놓고 양말을 깁고는 하셨습니다. 그렇게 알뜰살뜰 검소하게 살았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나일론이 나왔습니다. 질기고, 잘 구겨지지도 않고, 번쩍번쩍 윤까지 나는 나일론이 그렇게 좋아 보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나일론도 사라지고 보다 질 좋은 화학섬유 제품과 모직물들이 쏟아져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런 섬유들은 질이 좋아 잘 떨어지지도 않고 게다가 경제적인 여유까지 생기자 옷을 덧대고 양말을 기워서 신던 풍습은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간간이 일부러 누더기를 만들어 입는 사람들이 생겨났습니다. 고참 흉내를 내고 싶었던 것인지, 청빈한 수행자 흉내를 내고 싶었던 것인지, 아님 너덜너덜한 게 멋스럽게 보여서 그랬던 것인지, 멀쩡한 옷을 일부러 너덜너덜하게 만들거나 떨어지지도 않은 옷에 천을 대 누덕누덕 기우거나 멀쩡한 천을 조각조각 잘라 요리조리 붙여서 입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참 볼썽사나운 짓입니다. 가난을 흉내 내거나 가난을 멋으로 여겨서야 되겠습니까? 그런 짓은 청빈이 아니라 낭비고, 사치고, 가식입니다. 그래도 요즈음 그런 사람들이 잘 안 보여서 다행입니다.
道卽心藏無價珍(도즉심장무가진)이라
도의 입장으로는 마음에 무가보를 지니고 있네.
마음에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귀한 보배를 감추고 있다고 했습니다. 진리의 길을 걷는 사람이라면, 불법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이처럼 삶의 가치관이 확고하게 정립되어야 합니다. 진리에 대한 소신, 불법에 대한 소신이 확고한 사람은 외양적인 모습이나 의식주 문제에 크게 연연하지 않습니다.
요즘 주변을 둘러보면 너무 의식주에만 신경을 쓰는 폐단이 있습니다. 세속에서 사는 사람들이 그런다면야 당연한 것이겠지만 명색이 출가한 스님이란 분들이 의식주 문제에 골몰해서야 되겠습니까?
입만 열었다 하면 먹고 입고 쓰는 이야기라면 세속 사람들과 뭐가 다르다 하겠습니까? 또 개중에는 불사랍시고 절을 호텔처럼 화려하고 고급스럽게 짓는 사람도 있습니다. 게다가 그걸 부끄럽게 생각하기는 커녕 남들에게 자랑까지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부 스님들의 이런 폐단은 본분을 망각한 처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스님들이 자랑해야 할 것은 도덕과 지혜이지, 화려한 건물과 여유로운 의식주가 아닙니다. 스님들이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게으름과 무지이지, 가난과 외로움이 아닙니다. 이런 이야기마저 이젠 조심스러운 처지가 되었으니, 아마도 세월 탓인가 싶습니다.
원효스님께서 지으신 [발심수행장]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離心中愛(이심중애) 是名沙門(시명사문)
不戀世俗(불연세속) 是名出家(시명출가)
마음 가운데 애착을 떠나는 것을 사문이라 하고
세속을 그리워하지 않는 그것을 출가라 한다.
부모형제의 지중한 인연을 끊고 출가하는 까닭은 오직 하나, 청정한 삶을 살기 위해서 입니다. 청정한 삶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애착을 벗어나야만 합니다. 행색은 출가자의 모습을 갖췄더라도 만약 마음 속에 애착이 여전하다면, 모습은 사문이지만 실제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사문은 아닙니다. 산속 절집에서 산다해도 만약 세속사에 연연한다면 사는 공간만 바뀐 것이지 실제 출가는 아닙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출가인의 본분을 망각하고 세상사를 좇아 살아가는 사람들이 간혹 있습니다. 출가자가 세상의 부귀와 영화를 좇아 사람을 만나러 다니고 일을 꾸민다는 것은 참으로 경계할 일입니다. 한발 더 나아가자면 글씨를 쓴다든가, 그림을 그린다든가, 차를 한다든가, 도자기를 만드는 행위들도 조심해야 합니다. 물론 취미로야 간간이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업으로 삼아 종일 그런 일에만 매달린다면 어찌 출가자라 하겠습니까. 만약 출가자가 그런 일에 매진하는 것을 당당하고 떳떳한 일로 생각한다면 그건 크게 착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세속인이 그런다면야 칭찬할만한 일이지만 출가자가 그러는 것은 합당하지 않습니다.
출가자는 모름지기 부처님처럼 살려고 노력하고, 역대 조사들의 삶을 닮아가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오로지 욕망과 탐착을 끊어 고뇌와 번빈에서 벗어난 삶을 살려고 노력하고, 터득한 지혜와 공덕을 이웃과 함께 나누는 일에 매진해야 합니다.
신청곡 : 애착을 끊어라(도신스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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