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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22 12:16:37, 조회 : 864, 추천 :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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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제자품(第子品)
유마경의 이야기는 점입가경이다. 유마거사는 병고를 앓게 되고 그에게 문병을 온 수많은 사람들에게 병을 인연으로 하여 눈부신 설법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문병을 온 사람 중에는 당연히 와야 할 세존이나 세존의 제자들이 보이지 아니하자 유마거사는 ‘세존께서 큰 자비로써 어찌 연민히 여기는 마음을 내지 아니하시는가?’라는 생각을 하였다. 그러자 세존은 자신을 대신하여 제자들에게 문병 가기를 부촉하게 된다.
그러나 놀랍게도 제자들은 하나같이 문병을 갈 수 없다고 발뺌을 하게 된다. 그 이유가 또한 유마거사의 하늘이 놀라고 땅이 놀랄 명 설법 때문이다. 마치 은하수가 쏟아지는 것과 같은 화려한 설법 때문이다. 부처님의 10대 제자라는 설도 바로 이 유마경의 제자품에서 기인한 것이다. 10대 제자는 하나같이 유마거사에게 호되게 당하면서 비로소 대승의 진리에 눈을 뜨게 되는 극적인 장면이 이 제자품에서 펼쳐진다.
1, 사리불과 좌선
爾時에 長者維摩詰이 自念寢疾於牀하니 世尊의 大慈로 寧不垂愍인가하더니 佛知其意하시고 卽告舍利弗하사대 汝行詣維摩詰하야 問疾하라 舍利弗이 白佛言하대 世尊이시여 我不堪任詣彼問疾이니다 所以者何오 憶念하니 我昔에 曾於林中에 宴坐樹下러니 時에 維摩詰이 來謂我言하되 唯舍利弗아 不必是坐가 爲宴坐也니라
그때에 장자 유마힐이 병상에 누워 스스로 생각하였다. ‘세존께서 큰 자비로써 어찌 연민히 여기는 마음을 내지 아니하시는가?’하였다.
부처님께서 그 뜻을 아시고 곧 사리불에게 말씀하였다.
“그대는 유마힐에게 가서 문병하여라.”
사리불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는 그분에게 가서 문병하는 일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기억해보니 저가 옛적에 일찍이 숲속 나무 밑에서 좌선을 하고 있었는데 그때에 유마힐이 와서 저에게 말하였습니다. ‘여봐요, 사리불이여, 반드시 그렇게 앉아 있다고 해서 꼭 좌선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강설 ; 유마힐 거사에게 문병 가기를 지시받은 사리불 존자가 어느 날 좌선을 하고 있을 때 유마거사를 만나서 좌선에 대하여 법문을 들은 내용을 부처님께 털어 놓는 장면이다.
사리불 존자는 부처님의 제자 중에서 지혜가 가장 우수하다고 알려져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얼마나 혼이 났던지 유마거사라고 하면 그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다. 유마경은 대승불교운동의 선언서다.
사리불이 어찌 좌선의 근본취지를 모르겠는가마는 기존의 승단 우월주의 풍토를 개혁하여 불법이 만민에게 평등하다고 하는 부처님의 깊은 마음을 천하에 알리고자 하는 큰 뜻이 잘 드러나 있는 장면이다.
유마거사의 “반드시 그렇게 앉아 있다고 해서 좌선이라고 하지 않습니다.”라는 일침은 사리불뿐만 아니라 오늘날까지 앉아 있는 것으로 좌선을 삼는 수많은 선사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경책이며 법어다.
앉아만 있는 것도 모자라서 반드시 결가부좌를 하고 앉아야 그것이 좌선인줄 오해하여 우리나라 사람들의 체질에도 맞지 않는 결가부좌를 고집하다가 몸만 병들어 수술하는 사례까지 있으니 유마거사의 이 좌선법문을 반드시 귀담아 듣고 깨달아야 하리라.
夫宴坐者는 不於三界에 現身意가 是爲宴坐며
대저 좌선이란 삼계에 몸과 마음을 나타내지 않는 것이 이것이 좌선입니다.
강설 ; 이 몸을 가진 사람으로서 어찌 몸과 마음을 이 세상에 나타내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마음껏 활동하며 부지런히 살되 아상과 인상을 내지 말고, 배운 사람으로서 배웠다는 상을 내지 말고, 수행을 했으되 수행을 했다는 상을 내지 말고, 재산이 있어도 상을 내지 말고, 벼슬이 높아도 상을 내지 말라는 뜻이리라.
그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야 비로소 진정으로 좌선을 수행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不起滅定하고 而現諸威儀가 是爲宴坐며
모든 것이 다 소멸해 버린 선정에서 일어나지 않고 온갖 위의를 다 나타내는 것이 이것이 좌선입니다.
강설 ; 그러나 좌선이란 무엇인가. 깊고 깊은 선정삼매에 들어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더라도 요지부동하고 태산처럼 부동하는 선정의 힘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면서 한편 온갖 위의를 다 나타내어야 한다. 온갖 위의란 사찰에 손님이 오면 손님을 맞이하고 설법하며 중생을 보살피고 배려하여 교화하는 일이다.
만약 좌선을 한다고 하여 남편이 퇴근하여 집에 돌아왔는데도 모른 척 하고 앉아 망상만 피우고 있다면 그것은 크게 잘못된 생각이다. 또 좌선을 하다고 하여 사찰의 온갖 일들을 한 가지도 보살피지 않고 자만심만 높아 아만공고(我慢貢高)하는 선객이라면 그는 좌선의 의미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성불이란 사람이 되는 일이며 사람 노릇하는 일이다. 그러므로 여기서라도 유마거사를 만나야 한다.
不捨道法하고 而現凡夫事가 是爲宴坐며
도법(道法)을 버리지 않고 범부의 일을 다 나타내는 것이 이것이 좌선입니다.
강설 ; 도법이란 깨달음의 길이며 성인의 생활이다. 성인이 되어도 범부의 일을 잘 이해하여 때로는 범부와 똑 같이 생활할 줄 알아야 동사섭(同事攝)이 된다.
성인이 성인의 경지에 치우쳐 있으면 그것은 반쪽 성인이다. 성인이면서 범부고, 범부이면서 성인이라야 진정한 성인이며 훌륭한 좌선이 된다.
心不住內하고 亦不在外가 是爲宴坐며
마음이 안에도 머물지 않고 또한 밖에도 머물지 않는 것이 이것이 좌선입니다.
강설 ; 보통의 사람들은 일상생활이 환경과 경계를 따라 움직이고 헤매며 살아간다. 마음을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고 하는 색, 성, 향, 미, 촉, 법에 굴러다니는 것이 전부다.
그것은 마음이 밖에 있다는 뜻이다. 또한 불교공부를 조금하여 번거로운 세상을 등지고 자기 자신 안에만 빠져 있고 이기적인 생각만 하며 살아가는 소승적인 사람도 있다. 그것은 마음이 안에 있다는 뜻이다.
좌선이란 가장 이상적이며 훌륭한 삶을 말하는데 그와 같이 안과 밖에 집착하여 있다면 이상적인 삶이라는 좌선과는 거리가 멀다.
於諸見에 不動하고 而修行三十七道品이 是爲宴坐며
온갖 소견에도 움직이지 않고 37도품을 수행하는 것이 이것이 좌선입니다.
강설 ; 세상에는 여러 가지 사상과 주의 주장들이 무수히 많다. 그래서 바르고 참된 이치를 모르는 사람들은 듣는 대로 흔들리고 끌려 다니기가 일수다.
인생의 바른 이치를 터득하여 흔들리지 말고 살아야 한다. 즉 자신의 사상이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 한편 깨달음의 지혜를 얻기 위한 실천수행방법인 온갖 가르침[三十七道品]을 열심히 수행하는 것이 가장 중도적이며 이상적인 삶이라고 할 수 있다. 진정한 좌선이란 이와 같은 것이다.
不斷煩惱하고 而入涅槃이 是爲宴坐니 若能如是坐者라사 佛所印可니라 時我世尊이시여 聞是語하고 黙然而止하야 不能加報니다 故我不任詣彼問疾호이다
번뇌를 끊지 않고 열반에 드는 것이 이것이 좌선입니다. 만약 능히 이와 같이 좌선을 하는 사람이라야 부처님이 인가하는 바입니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때 저는 세존이시여, 이 말을 듣고 묵묵히 가만히 있었습니다. 아무런 대답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그분에게 가서 문병하는 일을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강설 ; 흔히 일반 불교에서 가르치기를 모든 번뇌를 다 끊고 일체 분별심이 일어나지 않아야 그것이 좌선이며, 또한 나무가 다 타서 재가 식듯이 싸늘하게 식은 상태와 같은 정신을 열반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목석이며 차가운 얼음이다.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 그래서 유마거사는 “인간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체의 번뇌는 본래로 끊을 수 없는 것이다. 끊을 수 없는 번뇌를 끊으려고 하지 말고 그 번뇌를 오히려 왕성하게 활용하여 보살행으로 회향하라.
그리고 한편 본래로 고요한 마음의 본성을 잃지 않는 그것이 진정한 좌선이며 이상적인 삶이다.”라는 의미로서 좌선을 설명하였다.
이와 같은 좌선이라야 부처님이 인가하시며, 유마거사 자신이 인가하며, 따라서 모든 진리를 깨달은 사람들이 다 인가하는 바라는 것이다.
천하에서 지혜가 제일이라고 알려져 있는 사리불이 유마거사에게 이와 같은 청천벽력과도 같은 설법을 듣고는 얼마나 놀랐을까. 아마도 그 기억은 평생의 교훈이 되었을 것이다. 그 때 그만 고개를 숙인 채 꿀을 먹은 벙어리가 되어 한마디도 답을 하지 못하였다고 하였다.
이와 같은 사연이 있는 사리불로서는 생각하면 도저히 유마거사에게 가서 문병을 할 엄두가 나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 쳐다보는 것도 두려웠을 것이다.
당시의 불교교단에서 사리불 존자의 권위와 그 위치가 어떤가는 익히 아는 바다. 아마도 이러한 내용 때문에 자두마을의 틱낫한[釋一行] 스님은 유마경을 싫어한다고 하였는지도 모른다.
신청곡 : 마음(권미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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