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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20일(목) 아침방송법문 : “비우면 가볍고, 가벼우면 자유롭다.”
眞虛性宗 2025-11-20 12:14:17, 조회 : 532, 추천 : 0
불기 2569년 11월 20일(목요일)
무창포불교대학 불심사 아침방송
주제 : “비우면 가볍고, 가벼우면 자유롭다.”

법우 여러분, 오늘 아침방송 법문은 “비우면 가볍고, 가벼우면 자유롭다.”는 말씀을 중심으로 나누어 보겠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천천히 살펴보면 대부분의 무거움은 외부에서 온 것이 아니라 안에서 만들어진 것임을 알게 됩니다. 몸이 무거워서가 아니라 마음이 무겁기 때문에 숨쉬기가 답답해지고, 관계가 힘들고, 삶이 고단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마음이 일어나면 번뇌가 일어나고, 마음이 가라앉으면 괴로움이 사라진다.”고 설하셨습니다. 결국 무겁고 가볍고 자유로운 것은 모두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마음을 비울 때 가벼워지고, 가벼워질 때 자유로워지는 이유는 마음이 본래 맑고 걸림이 없는 성품을 지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맑은 성품 위에 욕심을 얹고 걱정을 쌓고 미움을 덧붙이면서 본래의 가벼움을 잊어버리고 삽니다. 욕심은 마음을 무겁게 만드는 가장 큰 짐이고, 집착은 자유로움으로 가는 길목을 막아버리는 굵은 밧줄과 같습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욕망의 불은 만족으로 꺼지고, 집착의 사슬은 비움으로 끊어진다.”고 하셨습니다. 이는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단순한 도리가 아니라 삶을 바꾸는 실제적인 지혜입니다.

우리가 어떤 물건을 들고 있을 때 손에 가방 하나만 있어도 걸음이 불편해지고 어깨가 아픕니다. 그런데 마음의 가방은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짐을 넣어서 들고 다닙니다. 누군가의 말에 상처받은 감정, 지난 일에 대한 후회, 미래에 대한 불안, 다른 사람과의 비교심, 나만 손해 보지 않으려는 마음… 이런 짐들을 우리가 매일 들고 다니기 때문에 삶이 무겁게 느껴집니다. 마음의 가방을 조금만 내려놓아도 걸음은 훨씬 가벼워지고 숨쉬기도 편해집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는 내려놓을 수 있으면서도 내려놓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우리에게 “내려놓아라, 그러면 얻게 될 것이다”라고 자주 설하셨습니다. 법구경에도 “버리면 얻고, 놓으면 편안하고, 비우면 채워진다.”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은 단지 물건을 버리라는 의미가 아니라 마음의 짐을 비우라는 뜻입니다. 마음에 담아두는 것이 많을수록 생각은 복잡해지고 감정은 불안해지고 관계는 힘들어집니다. 반대로 마음을 비우면 생각은 단순해지고 마음은 편안해지고 관계는 부드러워집니다. 비움은 단순한 덕목이 아니라 가장 현실적인 수행입니다.

우리가 기도할 때도 마음이 비워질 때 기도가 깊어지고, 수행할 때도 마음이 가벼울 때 호흡이 고르게 안정됩니다. 반대로 마음이 무거우면 기도가 흔들리고 명상이 산만해집니다. 걱정이 많을 때 기도가 잘되지 않는 경험을 법우님들께서도 여러 번 하셨을 것입니다. 생각이 많으면 마음은 닫히고, 마음이 닫히면 기도는 부처님께 닿지 못합니다. 그러나 마음을 비우고 가볍게 하면 절 한 번에도 감응이 생기고, 짧은 기도라도 마음이 깊어집니다. 이것이 비움이 수행의 근본이라고 하는 이유입니다.

이 세상은 채우는 것보다 비우는 것이 더 어렵습니다. 우리는 살아오면서 ‘채우는 법’은 잘 배웠지만 ‘비우는 법’은 배워본 적이 많지 않습니다. 공부도 채우는 것이고 돈도 채우는 것이고 집도 채우는 것이고 인정도 채우는 것입니다. 그러나 마음을 편하게 하는 것은 채움이 아니라 비움입니다. 누군가에게 인정받으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마음은 불편해지고, 욕심을 채울수록 행복은 멀어집니다. 부처님께서 “만족을 아는 사람은 비록 땅바닥에 누워도 편안하고, 만족을 모르는 사람은 하늘 위에서도 괴롭다”고 하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비움의 지혜는 자연에서도 배울 수 있습니다. 나무는 겨울을 앞두고 잎을 떨어뜨립니다. 그 잎을 붙잡고 있으면 눈과 바람을 견디지 못해 나무가 상하기 때문입니다. 자연은 비워야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 내려놓습니다. 강물도 가득 차 있으면 흐르지 못해 썩기 시작합니다. 물은 빈 곳으로 흘러가고 넓은 곳으로 퍼지면서 스스로를 깨끗하게 합니다. 자연은 비움을 통해 생명을 유지합니다.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음에 이것저것 너무 많이 쌓아두면 상하고 썩기 시작합니다. 마음도 흘러가야 맑아지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마음을 비운다고 할 때 그것은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 마음’이 아니라 ‘걸림이 없는 마음’을 뜻합니다. 부처님은 금강경에서 “응무소주(應無所住) 이생기심(而生其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디에도 머물지 않는 마음으로 마음을 내라’는 뜻입니다. 어딘가에 머무는 마음은 곧 집착이고 집착은 곧 무거움입니다. 그러나 어디에도 머무르지 않는 마음은 가볍고 맑고 자유롭습니다. 이것이 비움의 본질입니다.

우리는 마음을 비우지 못해서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의 말 한마디가 마음에 오래 남아 괴롭고, 상대의 작은 행동 하나가 마음속에서 크게 부풀려져 불편함을 만듭니다. 사실 그 말도, 그 행동도 이미 지나갔는데 우리는 그것을 붙잡아두고 괴로움을 키웁니다. 마음을 조금만 비우면 될 일을 비우지 못해 불행을 스스로 키우는 것입니다. 마음을 비우면 불필요한 오해도 사라지고 관계도 훨씬 편안해지고 몸과 마음도 가벼워집니다.

법우 여러분, 비움은 포기가 아닙니다. 체념도 아닙니다. 도망치는 것도 아닙니다. 비움은 더 좋은 것을 향해 나아가기 위한 준비입니다. 빈 그릇이 있어야 음식을 담을 수 있고, 빈 방이 있어야 새로운 사람이 들어올 수 있습니다. 마음도 비워야 새로운 복이 들어오고 감사가 들어오고 평안이 들어옵니다. 부처님께서 “마음이 비워진 곳에 지혜가 머문다.”고 하신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많이 붙잡고 있는 것 중 하나는 과거입니다. 이미 지나간 일을 놓지 못하고 계속 그때의 감정과 상황을 반복해서 떠올립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지나간 일은 붙잡지 말라, 이미 지나간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지나간 일을 붙잡고 있으면 현재가 어두워지기 때문입니다. 현재를 어둡게 하면 미래도 밝지 않습니다. 비움은 과거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머무르지 않는 마음을 뜻합니다.

또 한 가지, 많은 분들이 놓지 못하는 것이 걱정입니다. 걱정은 미래에 대해 우리가 만들어낸 상상입니다. 올지 안 올지도 모르는 일을 미리 걱정하고 그 걱정으로 현재를 괴롭게 만듭니다. 부처님께서는 “미래의 일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가르치셨습니다. 즉, 오지 않은 일을 붙잡고 두려워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현재를 잘 살면 미래는 밝아지고, 현재를 놓치면 미래도 흐려집니다. 그러므로 걱정을 비우는 것은 미래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밝히는 길입니다.

비움의 수행은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매일 조금씩 할 수 있습니다. 짐이 무거우면 한 번에 다 버릴 수 없듯이 마음의 짐도 한꺼번에 버리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하나씩 내려놓다 보면 마음은 점점 가벼워지고 삶은 점점 넓어집니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마음에 하나를 비워보십시오. 미워하는 마음 하나, 걱정 하나, 욕심 하나, 비교하는 마음 하나, 무엇이든 하나만 내려놓아도 삶은 훨씬 가벼워집니다.

법우 여러분, 마음을 비우는 일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가 평생을 채우는 것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빈 공간을 두면 불안하고, 여유를 두면 부족하다고 느끼고, 비워두면 허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배워온 습관일 뿐이며 본래 마음의 성품과는 거리가 멉니다. 부처님께서는 “마음은 본래부터 청정하다”고 하셨습니다. 즉, 본래의 마음에는 무거운 짐이 없고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과 같다는 뜻입니다. 그 맑은 하늘 위에 우리가 스스로 구름을 만들어 덧씌웠기 때문에 마음이 무겁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우리가 비움의 수행을 하지 않으면 마음속의 생각은 계속 쌓여만 갑니다. 생각은 생각을 부르고 걱정은 걱정을 키우고 불만은 불만을 늘리며, 마치 방치된 먼지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더 무거워지고 더 큰 짐으로 변합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마음의 먼지를 털어내라”고 하셨습니다. 마음속의 먼지는 그냥 두면 쌓이고, 쌓이면 굳어지고, 굳어지면 괴로움이 됩니다. 그러나 하루에 조금씩만 털어내도 마음은 다시 가벼워지고 밝아집니다.

특히 중장년이 되면 마음에 쌓아두는 것이 더 많아집니다. 젊을 때는 몸이 건강하니 스트레스를 움직이면서 풀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움직임은 줄고 생각은 깊어지면서 마음속 짐이 더 무겁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비우는 공부’를 더 많이 해야 합니다. 건강도 비움에서 시작되고 행복도 비움에서 시작되며 관계도 비움에서 부드러워지고 삶도 비움에서 가벼워집니다.

관계 속에서도 비움은 매우 중요합니다. 사람 사이의 대부분의 갈등은 상대가 나에게 준 상처가 아니라 내가 그것을 계속 붙잡고 있기 때문에 생깁니다. 상대가 그 말을 한 이유는 이미 지나갔지만 우리는 그 감정을 붙잡아 계속 되새기면서 괴로워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이미 지난 일에 머무르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상처를 준 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말을 계속 붙잡고 있는 내 마음이 괴로움을 만드는 것입니다. 마음을 비우면 상처도 줄어들고 갈등도 줄어들고 관계도 훨씬 가벼워집니다.

법우 여러분, 마음을 비운다는 것은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그 감정에 머무르지 않는 것’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서운한 일이 있을 때 그것을 계속 붙잡고 있으면 하루가 불편하고 한 달이 힘들고 관계가 뒤틀립니다. 그러나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마음을 비우면 서운함은 금세 사라집니다. 남이 변해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비워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입니다. 이것이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마음의 자유입니다.

또한 비움은 몸의 건강에도 큰 영향을 줍니다. 걱정이 많으면 위장이 약해지고 긴장이 쌓이면 어깨가 굳어지고 분노가 많으면 혈압이 올라갑니다. 마음을 비우면 혈압이 내려가고, 긴장이 풀리고, 불면증도 줄어듭니다. 실제로 많은 법우님들이 “걱정을 내려놓으니 잠이 좋아졌다.”고 말씀하십니다. 이것은 단순한 기분의 문제가 아니라 몸 전체가 반응하는 것입니다. 마음이 가벼우면 몸도 가벼워지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중아함경에서 “진짜 무거운 짐은 바깥의 짐이 아니라 마음속의 짐이다.”라고 하셨습니다. 물리적 짐은 내려놓으면 끝이지만 마음의 짐은 내려놓지 않으면 계속 무겁습니다. 물건은 버리면 잊히지만 마음속의 감정은 놓아야 사라집니다. 그래서 우리가 해야 할 수행은 ‘마음을 버리는 수행’입니다. 마음을 비워야 자유가 찾아옵니다.

비움의 수행은 첫째,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연습에서 시작됩니다.
우리가 마음을 비우기 어려운 이유는 감정에 휩싸여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가 나에게 한 말도, 어떤 상황도, 내 마음속의 감정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면 그것이 크게 느껴지고 무겁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있는 그대로 보면 감정에 휘둘리지 않게 되고 마음이 훨씬 가벼워집니다. 부처님께서는 “있는 그대로를 보라, 그러면 진실이 드러난다.”고 하셨습니다. 있는 그대로 보려면 마음속의 고정관념을 비워야 합니다.

둘째, 비움의 수행은 멈춤에서 시작됩니다.
우리는 생각이 흘러갈 때 멈추지 못하고 계속 이어서 걱정하고 불안해합니다. 마치 굴러가는 눈덩이가 계속 커지듯 생각도 계속 굴러가며 괴로움을 만들고 확대합니다. 하지만 멈춤은 그 흐름을 끊어줍니다. 잠시 멈추어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마음을 바라보면 생각의 흐름이 잦아들고, 그 틈에서 비움의 여지가 생깁니다. 그래서 수행자들은 항상 “멈추어 보라”고 가르칩니다. 멈춤이 있어야 비움이 있고 비움이 있어야 자유가 있습니다.

셋째, 비움은 내려놓아도 괜찮다는 용기에서 시작됩니다.
많은 분들이 걱정을 내려놓지 못하는 이유는 “놓으면 큰일이 날 것 같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의 걱정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으며, 어떤 일은 내려놓을 때 오히려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기도 합니다. 집착을 오래 붙잡고 있으면 문제는 더 복잡해지고 마음은 더 무거워지지만, 한 걸음 뒤로 물러나 내려놓으면 삶은 훨씬 편안해지고 지혜도 생깁니다. 이것이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놓을 때 보이는 길입니다.

넷째, 비움은 감사로 이어집니다.
마음을 비우면 작은 것에도 감사가 생기고, 가진 것에 만족이 생기고, 관계에도 따뜻함이 느껴집니다. 마음이 가득 차 있을 때는 아무리 좋은 것을 가져도 부족하게 느끼지만 마음이 비워지면 조금만 있어도 충분하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감사는 복덕을 만드는 첫 번째 씨앗”이라고 하셨습니다. 마음을 비울 때 감사가 들어올 자리가 생기고, 감사가 들어올 때 복이 자라기 시작합니다.

비움의 수행은 실제 생활 속에서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집안을 정리하는 것처럼 마음도 정리가 필요합니다. 필요 없는 물건을 버릴 때처럼 마음속에서도 불필요한 감정과 걱정을 조금씩 덜어내는 것입니다. 어떤 날은 미운 마음을 비우고, 어떤 날은 걱정 하나를 내려놓고, 어떤 날은 욕심 하나를 줄이고, 어떤 날은 비교하는 마음을 내려놓는 것입니다. 이것이 쌓이면 마음은 훨씬 밝아지고 가벼워집니다.

우리가 마음을 비우면 가벼워지고 가벼워지면 자유롭습니다. 삶은 거창한 변화로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가벼워질 때부터 좋아지기 시작합니다. 비움은 삶을 뒤흔드는 변화가 아니라 조용히 일어나는 변화입니다. 하지만 그 변화는 삶 전체를 밝히는 큰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마음을 비우는 한 순간이 일생을 바꾼다.”고 하셨습니다. 이것이 비움의 위대함입니다.

법우 여러분, 이제 비움의 가르침을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겠습니다. 비움이 왜 우리 삶을 자유롭게 하는가를 이해하려면 먼저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마음은 항상 움직이며, 머무는 곳에서 괴로움이 생기고 움직임을 따라 번뇌가 일어난다.’고 하셨습니다. 즉, 마음은 본래 흐름이 있는 성품인데, 우리가 특정한 감정이나 생각에 머무를 때 괴로움이 생깁니다. 그래서 붙잡고 있는 마음을 내려놓으면 마음은 다시 본래의 흐름을 되찾고 가볍고 자유로운 상태로 돌아갑니다.

그러나 우리는 삶에서 수없이 많은 감정에 머뭅니다. 과거의 상처에 머물고,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에 머물고, 누군가의 평가 속에 머물고, 나의 기준 속에 머뭅니다. “나는 이만큼 했는데 왜 저 사람은 알아주지 않을까?”, “내가 잘못한 건가?”, “만약 실패하면 어떡하지?”, “저 말이 나에게 한 말인가?” 이런 생각들이 마음에 머무르기 시작하면 그 순간부터 마음은 무거워지고 갇히게 됩니다. 이것이 비우지 못함으로 인해 생긴 번뇌의 시작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유마경에서 “붙잡는 마음이 곧 병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우리가 괴로운 것은 상황 그 자체가 아니라 붙잡고 있는 마음 때문이라는 뜻입니다. 상황은 이미 지나갔는데 마음은 그 상황 안에 머물러있고, 말은 끝났는데 마음은 그 말 안에 갇혀있습니다. 실제로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그 사건을 놓지 못하는 마음입니다. 그 마음을 비우는 순간 괴로움은 힘을 잃고 삶은 다시 가벼워집니다.

마음을 비운다는 것이 왜 자유가 되는가를 다시 생각해 보면 간단합니다. 마음을 비우면 더 이상 그 감정이나 생각에 끌려 다니지 않기 때문입니다. 화가 나도 그 화를 붙잡지 않으면 금세 가라앉고, 서운함이 생겨도 그 서운함을 붙잡지 않으면 오래 가지 않고, 걱정이 생겨도 그 걱정을 붙잡지 않으면 마음을 어지럽히지 않습니다. 즉, 감정이 나에게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감정을 바라보고 지나가게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마음의 자유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법구경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마음이 제어되면 행복으로 이끌리고, 마음이 흩어지면 괴로움으로 끌려간다.”  
이 말씀은 비움의 가르침과 같은 뜻입니다. 마음이 비워질 때 제어되고 정리되며, 마음이 가득할 때 흩어지고 어지러워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비움은 지혜를 깨우는 첫걸음이기도 합니다. 마음이 가득 차 있을 때는 아무리 좋은 말씀을 들어도 마음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컵에 물이 가득 차 있으면 더 이상 물을 부을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컵이 비면 새로운 물을 담을 수 있고, 깨끗이 씻으면 맑은 물을 담을 수 있습니다. 마음도 비워야 지혜가 들어오고, 편견을 버려야 사실을 볼 수 있고, 욕심을 내려놓아야 진리와 가까워집니다. 반야심경에서 수보리에게 “무(無)의 지혜”를 설하셨던 이유도 마음의 비움을 통해 진리의 문을 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괴로움의 뿌리는 욕심에서 시작되고, 욕심의 형식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더 가지려는 욕심’이고 둘째는 ‘놓지 않으려는 집착’입니다. 더 가지려는 욕심은 채우는 욕심이고, 놓지 않으려는 집착은 비우지 못하는 마음입니다. 이 두 가지는 마음을 항상 무겁게 하고 자유를 빼앗습니다. 그러나 비움을 통해 욕심과 집착이 약해지면 마음은 스스로 정화되고 스스로 밝아지며 스스로 평안해집니다. 이것이 ‘비움은 곧 지혜의 시작’이라는 가르침입니다.

법우 여러분, 비움은 단순히 개인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비움은 관계를 부드럽게 만들고, 가족을 화목하게 만들고, 공동체를 평온하게 만드는 힘도 있습니다. 불심사에서 많은 법우님들이 함께 기도하고 도반의 정을 나누며 마음을 나누는 이유도, 서로의 마음이 조금씩 비워지기 때문입니다. 마음에 욕심이 많을 때는 사람을 볼 때도 욕심으로 보고, 관계를 기대감으로 보고, 대화를 계산으로 보지만 마음을 비우면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게 됩니다. 그러면 상대도 편안하고 나도 편안해집니다.

특히 부부 사이, 자녀와 부모 사이, 형제 사이에서도 비움은 관계의 열쇠입니다.
도반들께서 상담하러 오실 때 보면 많은 갈등이 결국 “그 말을 내가 놓지 못해서”, “그 행동을 계속 붙잡고 있어서”, “내 기준에서 벗어났다고 화가 나서”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마음을 비우면 무겁게 잡고 있던 기준도 내려놓게 되고, “그럴 수도 있지”라는 넉넉함이 생기고, 사람을 판단하기보다 이해하게 됩니다. 그 순간 관계는 자연스럽게 편안해지고 따뜻해집니다. 이것이 비움이 만들어내는 자유입니다.

비움은 또한 인연을 밝히고 삶의 흐름을 바꾸는 힘이 있습니다. 우리가 집착을 내려놓으면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그 여유에서 새로운 인연이 들어오고 새로운 길이 열립니다. 반대로 욕심에 가득 차 있으면 인연이 막히고 길이 보이지 않으며 매사에 답답함이 생깁니다. 길이 막힌 것이 아니라 욕심이 막고 있는 것입니다. 길이 없는 것이 아니라 집착이 길을 가리지 못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것을 내려놓는 순간 길은 자연스럽게 보이고 인연은 저절로 열립니다. 부처님께서 “놓아라, 그러면 길이 나타난다.”고 하신 말씀이 바로 이 뜻입니다.

법우 여러분, 우리가 비움으로 얻는 자유는 단순한 심리적 해방이 아니라 ‘삶의 주인이 되는 자유’입니다. 욕심과 걱정과 집착이 나를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의 삶을 이끄는 자유입니다. 마음이 비워질 때 우리는 삶을 주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고, 내 선택을 분명히 할 수 있으며,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상황에 휩쓸리지 않습니다. 이것이 참된 자유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사람의 괴로움을 보시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사람들은 스스로 만든 쇠사슬로 자신을 묶는다.”  
이 쇠사슬은 누가 만든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만든 것입니다. 미움이라는 쇠사슬, 집착이라는 쇠사슬, 욕심이라는 쇠사슬, 걱정이라는 쇠사슬, 비교심이라는 쇠사슬이 우리를 묶어놓습니다. 그러나 비움의 수행은 이 쇠사슬을 하나씩 끊어내는 일입니다. 하나를 끊으면 한 걸음 가벼워지고, 또 하나를 끊으면 또 한 걸음 자유로워지고, 결국 완전히 끊어내면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불교의 해탈(解脫)이고, 해탈의 첫걸음이 비움입니다.

비움을 깊이 있게 실천하기 위해 우리는 마음의 정리를 자주 해야 합니다. 하루가 지나면 하루 분량의 감정이 쌓이고, 한 달이 지나면 한 달 분량의 걱정이 쌓이며, 한 해가 지나면 한 해의 후회가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이것을 그대로 두면 마음은 점점 복잡해지고 짐은 더 커지고 삶은 더 무거워집니다. 그래서 매일 조금씩 비움의 정리가 필요합니다. 잠들기 전 1분 동안 “오늘 내가 놓아야 할 마음은 무엇인가”를 돌아보는 것도 큰 수행입니다. 절 한 번, 호흡 한 번, 기도 한 번이 모두 마음을 비우는 수행입니다.

법우 여러분, 이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것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아무것도 ‘붙잡지 않는 사람’입니다. 가진 것이 많아도 집착이 많으면 불안하고 괴롭고 힘들며, 가진 것이 적어도 마음이 가볍고 비워져 있으면 편안하고 행복합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사람이 가난해서 괴로운 것이 아니라 집착해서 괴롭다”고 하셨습니다. 자유는 조건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입니다.

비운다는 것은 잃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비우는 순간에 우리는 더 큰 것을 얻게 됩니다. 마음을 비우면 자유가 들어오고, 걱정을 비우면 평안이 들어오고, 욕심을 비우면 만족이 들어오고, 미움을 비우면 자비가 들어오고, 서운함을 비우면 지혜가 들어옵니다. 그래서 비움은 복을 담는 그릇입니다. 비워야만 담을 수 있고, 비워야만 채워집니다. 그래서 수행자들은 “비움이 곧 복이다.”라고 항상 말을 합니다.  

오늘 음력 시월 초하루 법회일을 맞아 법우 여러분의 마음에 새로운 달의 첫 여백이 생기기를 기원합니다. 그 여백에 부처님의 가르침이 스며들고, 그 여백에 감사와 평안이 채워지고, 그 여백에 복덕이 가득하시기를 발원합니다. 오늘 하루, 이번 한 달, 남은 한 해 동안 비움을 통해 가벼워지시고 가벼움 속에서 자유를 얻으시길 바랍니다.

부처님 가피가 항상 법우님들 가정과 삶을 넉넉하게 비추어주시길, 그리고 비움 속에서 지혜가 자라나고 자유가 꽃피는 하루가 되시기를 간절히 기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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