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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28 05:22:57, 조회 : 508, 추천 :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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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특별법문(12월 28일, 일요일)
주제 : 돌아봄이 지혜를 열고, 비움이 새해를 여는 문이 됩니다.
법우 여러분, 오늘은 한 해의 마지막 일요일입니다.
불심사 아침방송은 오늘 하루 쉬어가지만, 이 쉼이 단순한 공백이 아니라 우리 삶을 한 단계 성숙하게 만드는 깊은 수행의 시간이 되기를 바라며 이 법문을 전합니다.
쉼이란 멈춤이 아니라, 다시 바르게 서기 위한 여백이며 마음을 고르는 수행입니다.
한 해의 끝자락에 서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자기 자신을 향해 질문하게 됩니다.
“나는 올 한 해를 어떻게 살아왔는가.”
“무엇을 위해 애썼고, 무엇에 매여 있었는가.”
“나는 과연 내 마음을 살피며 살았는가.”
이 질문들은 때로 우리 마음을 무겁게 만들지만, 수행자의 삶에서는 반드시 지나야 할 지혜의 관문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언제나 바깥을 바꾸기 전에 마음을 먼저 살피라고 가르치셨습니다.
세상일이 힘든 이유는 세상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내 마음이 늘 바깥으로만 향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부처님 수행의 첫걸음은 늘 ‘자기 마음을 보는 일’이었습니다.
돌아봄은 후회가 아닙니다.
돌아봄은 과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삶을 있는 그대로 비추어 보는 지혜의 거울입니다.
잘한 일을 자랑하지도 않고, 못한 일을 스스로 채찍질하지도 않으며,
그저 “이렇게 살아왔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연습입니다.
이 담담한 시선이 바로 수행자의 눈입니다.
우리는 한 해를 돌아볼 때 유독 마음에 걸리는 장면들이 먼저 떠오릅니다.
말 한마디를 참지 못했던 순간,
조금 더 배려하지 못했던 순간,
욕심을 내려놓지 못했던 순간들이 오래 남습니다.
그러나 수행자의 돌아봄은 잘잘못을 따지는 재판이 아닙니다.
그 모든 순간이 나를 길러온 인연이었음을 알아차리는 자리입니다.
기쁨이 있었기에 감사가 무엇인지 배웠고,
아픔이 있었기에 자비가 무엇인지 배웠으며,
실수가 있었기에 겸손이 무엇인지 배웠습니다.
이렇게 돌아볼 수 있을 때,
우리의 삶은 실패의 연속이 아니라 수행의 연속이 됩니다.
지혜는 바로 이 자리에서 자라납니다.
지혜는 어느 날 갑자기 생기지 않습니다.
지혜는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 속에서,
말없이 마음을 들여다보는 순간 속에서,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는 용기 속에서 자라납니다.
그래서 연말의 돌아봄은 그 자체로 깊은 수행입니다.
한 해 동안 우리는 수많은 인연 속에서 살았습니다.
가족이라는 인연,
도반이라는 인연,
이웃과 사회의 인연,
그리고 스쳐 지나간 인연까지도 모두 우리의 수행 도량이었습니다.
그 인연들 속에서 웃음도 있었고 눈물도 있었으며,
따뜻함도 있었고 서운함도 있었습니다.
돌아봄은 그 인연들을 다시 바라보는 일입니다.
그때 나는 얼마나 깨어 있었는지,
얼마나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했는지,
얼마나 내 말과 행동을 살폈는지를 정직하게 바라보는 일입니다.
이 돌아봄은 “그때 왜 그랬을까?”라는 자책이 아니라,
“앞으로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묻는 지혜의 질문입니다.
한 해를 돌아본 뒤 우리 앞에 남는 것은 크게 두 갈래입니다.
아직도 마음속에 움켜쥐고 있는 것들과,
이제는 내려놓아야 할 것들입니다.
그래서 연말의 수행은 자연스럽게 ‘비움’으로 이어집니다.
비움은 포기가 아닙니다.
비움은 더 가볍게 살아가기 위한 선택이며,
삶을 단순하게 정돈하는 지혜입니다.
비움은 잃는 것이 아니라,
본래 내 것이 아니었던 것을 내려놓는 일입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마음에 쌓아두고 살아옵니다.
서운했던 말 한마디를 마음속에서 수없이 되뇌고,
풀리지 않은 오해를 오래 붙잡고,
꼭 이기고 싶었던 감정을 놓지 못하며,
인정받고 싶었던 욕심을 내려놓지 못합니다.
이 마음의 짐들이 쌓일수록 삶은 무거워지고,
마음은 쉽게 지치게 됩니다.
부처님께서는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집착은 괴로움의 뿌리이다.”
집착은 물질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생각에 대한 집착,
감정에 대한 집착, 과거에 대한 집착,
‘내가 옳다’는 생각에 대한 집착도 모두 괴로움의 씨앗입니다.
연말은 그 집착을 하나씩 내려놓기에 가장 좋은 시기입니다.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한 후회,
이미 끝난 관계에 대한 미련,
이미 증명하려 애썼던 자존심을 내려놓을 때,
마음에는 자연스럽게 빈자리가 생깁니다.
그리고 그 빈자리가 바로 새해가 들어올 문이 됩니다.
비움이 없이는 새로운 것이 들어올 수 없습니다.
마음이 가득 차 있으면 감사도 들어올 자리가 없고,
원망으로 가득 차 있으면 희망도 머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새해를 맞이하는 수행의 핵심은
무엇을 더 가지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내려놓는가에 있습니다.
법우 여러분,
새해에 꼭 더 가져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욕심이 아니라 여유입니다.
더 빨리 가겠다는 마음이 아니라,
잠시 멈춰 설 줄 아는 마음입니다.
더 많이 이루겠다는 다짐이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서 감사할 줄 아는 눈입니다.
돌아봄을 통해 우리는 나를 이해하게 되고,
비움을 통해 우리는 타인을 이해하게 됩니다.
이 두 가지가 함께할 때,
새해는 두려움이 아니라 희망으로 다가옵니다.
새해는 부담이 아니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수행의 기회가 됩니다.
나이가 들수록 새해가 반갑지 않다고 말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러나 수행자의 마음은 다릅니다.
새해는 또 한 번 마음을 닦을 수 있는 귀한 기회이며,
또 한 번 내려놓을 수 있는 자비의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하루하루를 깨어 살 수 있는 새로운 도량이 열리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법우 여러분,
올 한 해 동안 잘한 일이 있다면 스스로를 따뜻하게 격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부족했던 부분이 있다면 조용히 미소 지으며 내려놓으시기 바랍니다.
그 모든 과정이 수행이었음을 잊지 마십시오.
넘어짐도 수행이었고, 머뭇거림도 수행이었으며,
다시 일어섬 또한 수행이었습니다.
이제 곧 병오년 새해가 옵니다.
돌아봄으로 지혜의 문을 열고,
비움으로 새해의 문을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그 문을 열고 들어서는 자리에는
조급함 대신 평온이 머물고,
비교 대신 감사가 자라나며,
걱정 대신 믿음이 뿌리내리기를 발원합니다.
그리하여 새해의 하루하루가
조금 더 가볍고, 조금 더 따뜻하며,
조금 더 자비로운 삶으로 이어지기를 기원합니다.
법우 여러분 모두의 삶에
항상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가 함께하시기를
두 손 모아 발원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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