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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23일(금) 아침방송법문 : “놓아야 할 것을 놓아야 겨울을 편안히 건널 수 있습니다.”
眞虛性宗 2026-10-23 07:49:54, 조회 : 1, 추천 : 0
불기 2570년 10월 23일(금요일)
무창포불교대학 불심사 아침방송
주제 : “놓아야 할 것을 놓아야 겨울을 편안히 건널 수 있습니다.”

법우 여러분, 가을이 깊어지면 나무 아래에 떨어진 잎들이 하나둘 쌓입니다.
봄에는 연둣빛으로 돋아나고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던 잎들이, 이제는 나뭇가지에서 떨어져 흙으로 돌아갑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우리 삶에도 잘 간직해야 할 때가 있고 잘 내려놓아야 할 때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절기상 상강입니다.
서리가 내릴 무렵이 되었다는 것은, 바깥의 찬 기운을 살피며 겨울을 준비해야 할 때가 되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두꺼운 옷을 꺼내고 이불을 바꾸며 집 안의 찬바람을 막지만, 정작 마음속에 쌓인 짐은 그대로 둔 채 겨울을 맞을 때가 많습니다.

몸을 따뜻하게 하는 일만큼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일도 소중합니다.
좋은 옷을 입고 따뜻한 방에 앉아 있어도, 지난 일에 대한 원망과 후회가 가득하면 마음은 좀처럼 쉬지 못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겨울 채비를 하는 마음으로, 내가 무엇을 너무 오래 붙들고 살아왔는지 함께 돌아보려 합니다.

법우 여러분, 여러분의 마음에는 어떤 짐이 남아 있습니까?
누군가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입니까, 애쓴 만큼 알아주지 않는 가족에 대한 서운함입니까, 아니면 지나간 선택에 대한 후회입니까?
낮에는 일하느라 잊고 있다가도 밤에 잠자리에 누우면 다시 떠올라, 마음을 뒤척이게 하는 일이 있을 것입니다.

“내가 그 사람에게 어떻게 했는데, 나에게 이럴 수 있을까.”
“그때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왜 그런 결정을 했을까.”
이런 생각이 거듭될 때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면서도, 마음으로는 자꾸 지난날의 그 자리에 돌아가 앉게 됩니다.

상처받은 마음이 쉽게 풀리지 않는 것은 그만큼 그 인연을 소중히 여겼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잘해보고 싶었고, 서로 이해하며 지내고 싶었기에 서운함도 생기는 것입니다.
그러니 아직 마음이 아프다고 해서 자신을 나무라거나, 수행이 부족하다며 몰아붙이지는 마십시오.

다만 한 번은 조용히 물어보아야 합니다.
“이 생각을 계속 붙들고 있는 것이 지금의 나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가.”
일을 바로잡기 위해 필요한 생각인지, 이미 끝난 장면을 되풀이하며 자신을 아프게 하는 생각인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괴로움의 원인을 살피시며 집착을 내려놓는 길을 가르쳐주셨습니다.
모든 것은 여러 인연에 따라 생겨나고 달라지는데, 우리는 좋은 것은 언제까지나 그대로이기를 바라고 싫은 것은 당장 사라지기를 바랍니다.
그 바람대로 되지 않을 때, 마음은 현실과 부딪치며 더욱 괴로워집니다.

가족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녀가 내 뜻을 알아주었으면 좋겠고, 배우자가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헤아려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가까운 사이라 해도 서로 살아온 경험과 생각이 다르기에,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만 말하고 행동할 수는 없습니다.

자녀에게 조언을 해줄 수는 있지만, 그 자녀의 인생을 부모가 대신 살아줄 수는 없습니다.
배우자에게 바라는 것을 차분히 말할 수는 있지만, 오랜 세월 익숙해진 습관이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정성은 다하되, 상대의 모든 변화까지 내 손으로 이루어내려는 마음은 조금 내려놓아야 합니다.

여기서 내려놓는다는 뜻을 잘 살펴야 합니다.
서운한 일을 무조건 참고 넘기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아무 말 없이 견디라는 뜻은 아닙니다.
필요한 말은 분명히 하고 바로잡을 일은 바로잡으면서도, 원망이 나의 하루 전체를 차지하지 않도록 마음을 돌보자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가족의 말 때문에 마음이 상했다면, 같은 말을 속으로 수십 번 되풀이하기보다 차분할 때 자신의 마음을 전해보십시오.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조금 서운했습니다. 다음에는 이렇게 말해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필요한 말을 전한 뒤에는, 상대의 대답을 미리 단정하지 말고 그 사람도 생각할 여유를 주는 것입니다.

지나간 실수에 대한 후회도 그러합니다.
내 잘못이 있다면 인정하고 사과하며, 지금이라도 고칠 수 있는 것은 고쳐야 합니다.
그다음에는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을 오늘의 행동에 힘을 기울여야지, 어제의 자신을 끝없이 벌주는 데 마음을 다 써서는 안 됩니다.

법우 여러분, 떨어진 잎을 다시 가지에 붙인다고 여름이 돌아오지는 않습니다.
우리에게도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힘은 없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오늘을 살아갈지는 조금씩 배워갈 수 있습니다.
아픈 경험에서 배울 것은 배우고, 더 짊어지지 않아도 될 괴로움은 덜어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오늘은 마음속의 짐을 딱 하나만 살펴보십시오.
오래된 서운함 하나, 자신을 탓하는 말 하나, 가족에게 거듭 강요하던 기대 하나를 알아차리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그리고 조용히 말씀해 보십시오. “이 마음을 붙들고 내가 많이 힘들었구나. 이제는 조금 쉬게 해주자.”

나무가 잎을 내려놓고도 뿌리로 생명을 이어가듯, 우리도 집착을 덜어내면서 소중한 인연을 돌볼 수 있습니다.
마음의 힘을 원망과 후회에 모두 써버리지 않을 때, 곁에 있는 사람의 수고도 보이고 지금 누리는 고마움도 눈에 들어옵니다.
다가오는 겨울을 편안히 건너는 준비는, 이렇게 내 마음의 무게를 살펴보는 데서 시작됩니다.

법우 여러분, 마음의 짐을 살펴보았다면 이제는 그 짐을 어떻게 덜어낼 것인지 생각해보겠습니다.
내려놓아야 한다는 말은 알겠는데, 막상 생활 속에서는 마음처럼 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아침에는 서운함을 풀기로 했다가도 그 사람의 얼굴을 보면 다시 마음이 굳어지고, 걱정하지 않으려 해도 자녀의 일이 떠오르면 한숨부터 나옵니다.

그럴 때 “나는 왜 이것 하나 내려놓지 못할까”하며 자신을 탓하지 마십시오.
오랫동안 붙들어온 마음에는 익숙한 길이 생겨 있어서, 비슷한 일을 만나면 생각이 다시 그 길을 따라가곤 합니다.
수행은 그때마다 마음이 어디로 가는지 알아차리고, 조금 더 편안하고 지혜로운 쪽으로 방향을 돌리는 일입니다.

먼저 내려놓으면 좋은 것은, 모든 일을 내가 다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가족이 힘들어하면 내가 해결해주어야 할 것 같고, 누군가 부탁하면 몸이 고단해도 거절하지 못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남을 돕는 마음은 귀하지만, 자신의 형편을 살피지 않은 채 무리하면 몸도 지치고 마음에도 서운함이 쌓이기 쉽습니다.

“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구나.”
이런 마음이 자주 든다면, 그동안 자신을 너무 돌보지 못한 것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기꺼이 할 수 있는 만큼 돕고, 어려울 때에는 자신의 사정을 차분히 알리는 것도 인연을 오래 지키는 지혜입니다.

오늘 몸이 힘들다면 잠시 쉬어도 됩니다.
혼자 감당하기 벅찬 일이라면 가족이나 도반에게 도움을 청해도 됩니다.
내가 모든 짐을 혼자 지고 있어야만 가정이 유지되고 인연이 이어진다는 생각에서 조금 벗어나 보십시오.

또 하나 살펴야 할 것은,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나를 끊임없이 비교하는 마음입니다.
“전에는 이 정도 일은 거뜬했는데, 요즘은 왜 이렇게 힘이 들까.”
나이가 들면서 몸의 기운이 달라질 수 있는데도, 마음은 여전히 젊은 날의 속도로 자신을 재촉할 때가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무상의 이치는 우리의 몸과 생활에도 그대로 닿아 있습니다.
인연 따라 이루어진 것은 변하기 마련이기에, 어제와 다른 오늘의 나를 살피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지금의 형편에 맞게 일의 양과 속도를 조절하는 것은, 앞으로도 해야 할 일을 꾸준히 이어가기 위한 준비입니다.

예전에는 한 번에 끝내던 일을 오늘은 두 번에 나누어 해도 좋습니다.
기도할 때에도 남의 정진과 견주며 조급해하기보다, 자신의 몸과 생활에 맞추어 성실히 이어가십시오.
마음을 다해 부르는 관세음보살 한마디, 정성껏 읽는 경전 한 구절로 오늘의 수행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법우 여러분, 놓아야 할 것을 놓은 자리에는 무엇을 남겨야 하겠습니까?
원망을 덜어낸 자리에는 필요한 대화를, 무리한 책임을 덜어낸 자리에는 서로 돕는 마음을, 지나친 욕심을 덜어낸 자리에는 감사와 만족을 길러야 합니다.
마음에 여유가 생겼을 때 따뜻한 행동 하나를 더하면, 내려놓음은 우리의 생활을 실제로 바꾸어갑니다.

이를테면 자녀에게 잔소리를 하려던 순간, 먼저 안부를 물어보십시오.
“왜 내 말대로 하지 않느냐”는 말 대신 “요즘 많이 힘들지는 않니”하고 물으면, 미처 몰랐던 사정을 듣게 될 수도 있습니다.
상대를 내 뜻에 맞추려는 힘을 조금 빼면, 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할 여지가 생깁니다.

집 안의 겨울 준비를 하면서도 이 마음을 연습할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쓰지 않은 물건을 살펴 필요한 이에게 나누고, 하루의 일을 정리하면서 내일까지 미루어도 될 걱정은 잠시 내려두십시오.
손에 쥔 것을 조금 풀어보는 작은 실천이 마음의 집착을 알아차리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한꺼번에 모든 마음을 바꾸려 하지 마십시오.
오늘 한 번 덜 재촉하고, 한 번 덜 원망하고, 힘들 때 한 번 도움을 청해보는 것으로 시작하면 됩니다.
그 작은 실천이 쌓일수록 다가오는 겨울을 맞는 우리의 마음에도 조금씩 따뜻한 여유가 생길 것입니다.

법우 여러분, 상강의 아침에 우리가 내려놓아야 할 마음들을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살아갈수록 무엇을 더 얻을 것인가 못지않게, 무엇을 이제 그만 붙들 것인가를 아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오래 품었다고 해서 모두 소중한 것은 아니며, 익숙해졌다고 해서 계속 짊어져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마음에 남아 있는 서운함이 있다면, 그 속에 담긴 자신의 바람부터 조용히 살펴보십시오.
알아주기를 바랐고, 따뜻한 말 한마디를 듣고 싶었으며, 애쓴 만큼 사랑받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 마음을 스스로 알아주면서, 상대가 내가 바라는 방식으로만 표현해야 한다는 기대는 조금 풀어보시기 바랍니다.

당장 용서가 되지 않는다면 억지로 괜찮다고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그 일을 되새기느라 오늘의 식사를 거르고, 잠을 설치고, 곁에 있는 사람에게까지 마음을 닫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아픈 마음을 돌보는 동안에도 자신의 하루를 정성껏 살아갈 수 있도록 작은 여유를 내어주십시오.

오늘 저녁에는 하루를 돌아보며 한 가지씩만 정리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잘못한 일이 있다면 고칠 길을 생각하고, 고마운 일이 있다면 감사의 말을 전하고, 오늘 해결할 수 없는 일은 잠시 내려두십시오.
내일 할 일을 적어두고 편안히 쉬는 것도, 내일을 책임 있게 맞이하는 준비입니다.

법우 여러분, 잎이 진 나무에도 다시 봄을 맞을 생명이 남아 있습니다.
우리도 지나간 일에 매여 있던 힘을 조금 거두어, 지금 돌볼 수 있는 몸과 마음, 지금 사랑할 수 있는 인연에 정성을 기울입시다.
오늘 건네는 다정한 말 한마디와 작은 배려가 우리 서로에게 겨울을 건너는 온기가 되어줄 것입니다.

이 상강의 아침, 마음속으로 조용히 발원해보십시오.
“놓아야 할 것은 조금씩 놓겠습니다. 지켜야 할 인연은 더욱 따뜻하게 돌보겠습니다.”
법우 여러분께서 마음의 짐을 덜고, 감사와 자비로 다가오는 겨울을 편안히 맞이하시기를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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