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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주의 불교계소식

 인도에 간 수녀님, 바티칸에 간 스님
眞虛性宗 2006-11-09 09:25:14, 조회 : 2,177, 추천 : 0
20년 가까이 종교 간 화합을 노래해 온 여성수행자 모임 ‘삼소회’ 회원 16명이 지난 2월6일부터 23일까지 18박19일 동안 세계 각종교 성지 순례의 길에 올랐었다. 불교의 비구니, 가톨릭과 성공회의 수녀, 원불교 여성교무로 구성된 회원들은 서로 등진 채 살아온 종교의 벽을 넘나들며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이들의 이색 체험이 언론에 간헐적으로 소개되기는 했지만, 구체적 활동 상황과 성과 등 궁금한 점이 적지 않았다. 동행했던 일간지 종교전문기자가 이들의 여정을 르포 형식의 에세이 ‘지금 용서하고 지금 사랑하라’(비체 펴냄)에 오롯이 담아냈다.삼소회의 세계 성지 순례는 원불교 교조인 소태산 대종사의 대각지(大覺地) 전남 영광에서 출발해 부처가 설법했던 인도 전역, 성공회 본산인 영국 캔터베리 대성당, 예수가 고난당했던 이스라엘 예루살렘성, 천주교의 본산인 로마 바티칸 등을 돌아보는 의미 있는 여정이었다.

이야기는 종교도, 생각도 다른 삼소회 회원들이 모르고 살았던 이웃 종교 체험의 행적들을 꼼꼼히 적어나간다. 인도 강가 여행 중 장사꾼 소년이 한국어로 “방생” “방생” 하며 고기를 사달라고 외치자 한 수녀가 “우리는 물고기를 사봤자 끓여 먹을 시간이 없다”고 정중히 거절하는 대목에서 좌중은 까르르 웃고 만다.

한 교무는 일행과 나누어 먹을 요량으로 식탁에 젓갈을 내놨다가 스님들에게 정중하게 면박을 당한다. 이들은 18년 동안 종교 화합을 노래했으나 아직도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 회원들은 종교박물관으로 불리는 인도 찬드니초크 지역을 방문했다가 세계의 종교가 수도 없이 많음에 놀란다.

생경하기만 한 자이나교 디감바르 사원에 들렀을 땐 세상의 어떤 생명도 해치지 않는다는 신조로 살아가는 신도들은 공기 중에 있는 미생물조차 마셔서 죽는 일이 없도록 마스크를 쓰고 다닐 정도였다. 퀘이커교에서는 절대로 ‘하지 말라’ ‘하라’는 식의 금기나 강요를 하지 않음도 알게 됐다. 선행조차 강요하지 않고 오직 자율에 맡겼다.

회원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예의 차원이 아니라 진실로 다른 종교에 대해 알고 싶어했다. 상대의 핵심 교리도 물어보고, 유일신을 믿는 수녀들은 다신교를 신봉하는 힌두교 사원에 들어가 예를 다했다.

런던 방문 때는 이슬람 중앙성원에 들러 너나없이 즉석에서 착용하고 있던 목도리로 히잡을 만들어 얼굴을 가리며 상대 종교를 이해하려 했다. 스님들은 예루살렘성에서 예수가 지고 걸었던 십가자를 메어보며 눈물을 글썽였다. 회원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를 가로막은 분리장벽을 따라 걸으며 종교간 화해를 기원했다.

로마 교황청에서는 이들이 방문하던 날 때마침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정진석 주교의 추기경 탄생을 알리자 서로 손잡고 뛸듯이 기뻐했다. 이들은 캔터베리 대성당에서 노수사로부터 “성공회는 성공을 지향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아닙니다”라는 조크를 듣고 박장대소했다.

책에는 순례를 떠나던 날 한신대 명예교수인 김경재 목사가 “다음에는 개신교 수행자들도 끼워 달라”며 1년간 여툰 돈을 여비로 내놓았던 일, 고단한 순례지에서 속가의 어머니에 대해 얘기를 나누며 그리움에 젖는 대목 등도 수록돼 마음 한켠을 아련하게 한다.


세계일보&세계닷컴(www.segye.com)
정성수 종교전문기자hul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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